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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8-10-13 02:08
엘레지의 여왕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1,304  

엘레지의 여왕

<이도준 칼럼>

엘레지는 애도하는 노래, 비가(悲歌)라는 뜻의 그릭어에서 왔다. 우리나라 슬픈 노래의 여왕은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국민 가수 이미자다. 기네스북이 노래를 잘한다든지 인기나 예술성을 평가하는 기관은 아니다. 1959년에 음반을 내기 시작해서 1969년까지 천곡을 불렀고 1990년까지 2,069곡을 냈다는 것이 세계적인 기록이다. 과연 여왕답다.
박정희는 술자리에서 맨날 그런 노래만 불렀다는 일화가 있던데 왜색(倭色) 가요라고, 국민의 씩씩한 기상을 부추기지 못하는 슬픈 노래라고 금지된 곡이 많았다. 독재는 국민들이 부르는 노래까지 금지하고 싶은 법이다.  어쨋거나 노랫말은 슬픈 처녀, 외딴 섬, 뱃사공, 시들고 멍든 꽃, 지는 해,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 애처로운 그리움, 못 이룬 사랑이 흔한 주제라 애절한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언젠가 벌써 오래 전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렇게 많은 곡과 가사를 서로 혼동하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 생방송 공연 전에 준비를 대충했다가 그런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2천여 곡이 넘으니 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양강 아가씨인지 흑산도 처녀인지 오락가락할 수도 있겠더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곡을 부른 이유는 정말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좋아하고 잘하니까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은 맞다. 그런데 돈이 보이면 기계적으로 하는 사람이 프로다. 노래를 만들어 파는 가요 산업의 구조 속에서 많은 식솔들을 먹여 살리는 책임도 사명감으로 감당해야 한다.
물론 프로라도 돈을 챙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에서 북한을 탈출하며 총상을 입은 병사를 수술했던 이국종 교수가 그런 프로다. 돈이 안되는 응급 사고 수술이 전문이라고 해도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국민들의 성원이 많다. 하나의 수술이나 또는 작품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일은 돈만 챙기는 프로들의 관심은 아니다.
그래서 유행가, 그러니까 인기에 명멸하는 뽕짝이나 BTS의 노래를 예술로 보는 이들이 별로 없고, 대작이 들키고 나서는 조영남의 화투 그림은 작품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말이다. 여왕을 낮게 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당시 국민들의 감정, 그리고 생활상, 정서에 맞는 상품을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불렀다는 말이다. 기독인들의 찬송도 처했던 상황을 하소연하는 내용이 더 많던 시절이었다.
월드컵, 올림픽같은 대회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별이 없어졌지만 돈이 아니라 나라의 이름을 위해서, 그리고 즐기려고 게임을 한다는 선수들이 인터뷰에 나온다. 월드컵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독일을 이긴 것처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막강한 공격을 얼음 벽으로 막아 무승부를 기록한 아이스랜드 팀을 이변이라고 했다. 메시라는 무서운 선수의 페날티킥을 막았다는 골키퍼는 영화감독, 원래는 치과 의사인 감독, 수비수 중에는 소금 포장공장의 일군도 있었다는 얘기처럼 말이다. 인구 35만이라는 동네 축구가 본선, 세계무대에 설 때부터 큰 화제였다. 아직도 순진한 사람들 사이에서 순수한 운동정신이라나 뭐라나 하는 이유로.
컬럼을 업으로 쓰는 것이 아니니까 필자는 프로일 수는 없다. 제 딴에는 써야 할 말을 쓴다는 사명감이 있기는 하다. 반년 넘게 쉬었다가 올해 1월 첫주에 시작해서 일년을 버티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미자의 노래들처럼 그 나물에 그 밥, 그리고 컬럼의 제일 꼴불견인 뻔뻔스런 자기 자랑이 자꾸 나오고 있다. 매주 기다리며 꼬박꼬박 읽어 주시는 독자들이 더 잘 안다. 매번 참신하게 설교하는 목사들은  영감으로 한다지만 필자는 그것도 아니라 낡은 휴대폰의 밧데리처럼 쓸 이야기 거리가 급히 줄고 있다. 미리 써둔 시사성이 없는 것은 아직 재고(?)가 있지만 압박을 느낀다. 아마추어로 편하게 쓰지 못하면 조영남의 화투 그림처럼 얼이 빠진 상품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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